글 / 구자선 너는 너로 살고 있니?

서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9/08/12 [13:17]

글 / 구자선 너는 너로 살고 있니?

서상호 기자 | 입력 : 2019/08/12 [13:17]

 

▲     구자선 작가

 

안산의 책, 너는 너로 살고 있니라는 김 숨의 책을 읽고 있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 ? 나는 나가 없다. 나가 뭐야? ? 나는 나가 없다. 나 없이도 살아지더라.”

몇 년 전 대만으로 떠난 민과의 전화 내용이다. 그리고 꼭 한번 놀러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 민. ? 나 없이도 살아지더라는 민.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빈 하늘에 혼자 떠 있는 듯 하늘이 하얘졌다.

 

그가 이민을 간다 할 때 나는 부러운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란 무인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함처럼 막막할지도 모르겠다. 청년 워홀의 동영상을 본 적 있다.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 떠난 청년들의 일과 애환이 담긴 내용이었다. 호주라는 단어가 나타나니 낭만과 여유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실상은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손과 발로 언어를 익히고 땀 흘리며 외로운 날들을 보내야 했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은 그들의 외롭고 힘든 시간, 그들은 침묵하며 견뎌야 했다.

나는 지금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하고 있다. 11년째 식물인간이 된 44살의 동갑내기 여자를 돌보고 있다. 나를 보는 지, 허공을 보는 지 초점 없는 눈빛의 그녀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놀란 내가 
눈물을 흘려요.”
했더니 간호사가 말한다
별일 아니에요.”
라고. 그녀가 울고 있는데, 소리도 못 내고, 눈물을 훔치지도 못하고 울고 있는데 별 일이 아니라 한다. 아무 일도 아니라 한다.
내가 보이나요? 내 말이 들리나요?”
묻지만 그녀는 말이 없다. 그녀는 식물인간이니까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아프다는 건 슬픈 일이다. 내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없고, 스스로 뒤처리도 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꽃이 피어도 나갈 수 없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찾아갈 수 없는 외로움. 아프다는 건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처럼 슬픈 일이다. 한때는 나도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수술을 받았지만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적이 있다. 다행히 내게는 나를 지키는 가족이 있었고 손과 발이 돼 주는 가족이 있어 잘 견디고 나왔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평생 앓아 누운 적이 없던 일흔 아홉의 아버지가 병이 나서 병원을 들락거렸다. 몸에서는 살이 빠져나가고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어쩌다 집으로 모시는 날이면 앉았다 일어났다 누웠다 엎드렸다 안절부절 못하였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 거예요?”

물으면 
몰라. 나도 몰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를 모르겠어. 그냥 다 아파. 아파.”
하시던 모습이 오래도록 잔영처럼 남아 있다.

그래도 네 아버지는 복 있는 분이셔. 떠날 때까지 엄마가 곁에 있었잖니. 네 아버지가 먼저 가신 건 복 있는 분이라 그래.”
하시던 엄마가 생각난다. 그렇게 아버지 보내고 남은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그 쓸쓸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을 어찌 견디실지 생각하면 마음 한 쪽이 짠하다. 어디 그 뿐일까. 당신의 몸은 또 어찌 추스를 수 있을지 이 또한 건너야 할 징검다리다.

엄마, 내가 할게요. 내가 엄마 돌봐드릴게요. 난 이제 애들도 다 컸고 애들 아빠도 손이 많이 안가서 오래 집 떠나 있어도 괜찮아요. 내가 갈게요. 아버지한테 못 해드린 것까지 정성으로 엄마 씻기고 안아드릴게요. 시어머니, 애들 아빠도 내가 다 해 줄게요. 사는 날 동안 건강하게 지내시다 먼 길 떠나기 전 간이역처럼 그렇게 건너가야 한다면 그 간이역에 내가 동행해 드릴게요.’

계획도 생각도 없었는데 식물인간으로 11년을 견디는, 그 여자를 날마다 지켜보는 한 여자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 할 일을 찾았다. 숙제처럼,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앞으로의 일을 잘 감당하겠다는 다짐까지 내일의 숙제로 적어놓는다.

 

이 책, 김 숨의 너는 너로 살고 있니를 읽는 동안 간병 일을 하고 있는 그녀가 나인 것처럼, 11년을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그녀가 나인 것처럼 아프게, 애잔하게 슬픔이 밀려왔다. 그리고 내 주위에 아픈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누구나 건너야 하는 삶은 간이역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긴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저녁 어스름 속에 묻혀 있다. ‘그래, 내가 해야지. 내가 동행자가 돼 주어야지.’ 마음의 숙제로 새겨놓는다. 책은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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